"함을 지고 가는 자는 부부 금슬이 지극하고 다복한 사람이어야 하니, 그 복덕(福德)이 고스란히 신부의 집안으로 건너가기를 바라는 온 마을의 축복이었다."
1. 혼수함을 보낼 때와 받을 때의 성스러운 예법
혼례식 전날 밤, 어둠이 내리면 신랑 집에서는 혼수함(납폐함)을 정성껏 꾸립니다. 마루 소반 위에 정성껏 쪄낸 시루떡인 봉치떡을 올려놓고, 그 떡시루 위에 혼수함을 얹어 조상님께 먼저 예를 표했습니다.
신부 집에서도 마찬가지였습니다. 대청마루에 돗자리를 깔고 상을 놓은 뒤 홍색 보자기를 펼치고 봉치떡 시루를 얹어 준비했습니다.
함이 당도하면 신부의 아버지는 두 손으로 정중하게 혼수함을 받아 봉치떡 시루 위에 얹어놓았습니다. 함을 땅바닥에 함부로 내려놓지 않고 떡시루 위에 안치하는 것은 집안의 복록이 대대로 굳건히 번영하기를 바라는 간절한 염원이었습니다.
2. 함진아비(函父)의 자격과 행렬의 풍경
함을 어깨에 짊어지고 신부 집으로 향하는 사람을 **함진아비(函父)**라고 불렀습니다. 아무나 함을 질 수 없었습니다.
함진아비는 반드시 첫아들을 낳고 내외간의 금슬이 유난히 좋으며 덕망이 높은 사람 가운데서 엄선했습니다. 그가 가진 복덕과 화목한 기운이 신혼부부에게 그대로 전염되기를 바랐기 때문입니다.
붉은 단령(紅團領)을 입고 얼굴에 숯검정을 칠한 함진아비가 앞서고, 서너 명의 친구들이 횃불과 청사초롱을 들고 길을 인도하며 '함 사시오!'를 외치던 밤의 풍경은 온 마을 주민들이 함께 웃고 즐기던 거대한 축제의 서막이었습니다.
3. 봉치떡에 담긴 다남(多男)과 화합의 상징
봉치떡은 찹쌀 두 켜에 붉은 팥고물을 얹고, 정가운데에 대추와 밤을 동그랗게 박아 만듭니다.
찹쌀은 부부의 금슬이 찰떡처럼 끈끈하게 달라붙어 떨어지지 말라는 뜻이며, 붉은 팥고물은 잡귀와 액운을 쫓아내는 벽사(辟邪)의 의미를 가집니다.
가운데 박힌 대추와 밤은 혼인 전날 밤 신부가 몰래 떼어내어 먹도록 했습니다. 이는 장수와 번영, 그리고 총명하고 훌륭한 자손을 많이 낳기를 바라는 모성애 어린 축복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