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례청은 하늘과 땅의 신령이 강림하는 거룩한 뜰이라. 신랑은 동쪽에 서고 신부는 서쪽에 서서 마주 절하니, 두 사람의 백년회로가 비로소 하늘에 닿느니라."
1. 초례청(醮禮廳)의 공간 구조와 의미
전통 혼례식의 본식이 거행되는 장소를 **초례청(醮禮廳)** 또는 대례청(大禮廳), 전안청(奠雁廳)이라 불렀습니다. 대개 신부 집의 안마당이나 대청마루에 동서로 자리를 마련하고 병풍을 둘러 엄숙한 식장을 조성했습니다.
신랑은 해가 뜨는 동편에 서고, 신부는 달이 차오르는 서편에 서서 가운데에 초례상을 두고 마주 섰습니다.
이곳에서 두 사람은 신부가 먼저 2배, 신랑이 1배, 다시 신부가 2배, 신랑이 1배를 올리는 교배례(交拜禮)를 올리고, 하나의 표주박을 둘로 나눈 잔으로 술을 나누어 마시는 합근례(合巹禮)를 치름으로써 비로소 한 몸이 되었습니다.
2. 초례상(醮禮床)에 오르는 상징물의 의미
초례상 위에는 일상에서 볼 수 없는 독특한 상징물들이 남북으로 질서정연하게 차려졌습니다.
첫째, **소나무와 대나무 화병(松竹)**: 추운 겨울에도 사시사철 푸르름을 잃지 않는 소나무와 대나무는 어떠한 역경 속에서도 변치 않는 부부의 굳은 절개와 지조를 상징합니다.
둘째, **백미(白米) 두 그릇과 촛대 한 쌍**: 순백의 쌀은 풍요와 다복을, 청초와 홍초의 촛불은 어둠을 밝히고 앞길을 비추는 영원한 광명을 뜻합니다.
셋째, **닭 한 자웅(암탉과 수탉)**: 청색과 홍색 보자기에 정갈하게 싸인 닭 한 쌍을 남북으로 갈라 놓았습니다. 수탉은 어둠을 뚫고 새벽을 알리는 성실함과 관(冠)을 쓴 입신양명을, 암탉은 알을 낳아 기르는 모성애와 다산을 상징했습니다.
넷째, **밤과 대추**: 오랜 세월 장수하며 자손이 번창하기를 바라는 염원이었습니다.
3. 전국 지방별 초례상 차림의 다채로운 특징
한국의 전통 혼례는 중앙의 예법을 따르면서도 지역의 고유한 토산물과 풍습에 맞추어 풍성하게 발전했습니다.
① **성균관(한양)**: 찹쌀떡으로 정교하게 빚은 한 쌍의 새와 송죽, 밤, 대추, 콩, 팥, 백미떡을 가장 단정하고 균형 있게 올렸습니다.
② **경기도 화성군**: 수탉과 암탉의 입에 각각 밤과 대추를 물리고, 상 위에 두는 대신 사람이 직접 닭을 품에 안고 서 있는 독특한 풍습을 유지했습니다.
③ **충남 서산군**: 풍요로운 서해안의 풍토를 반영하여 사과와 배, 청홍실 외에도 사철나무와 오리나무 가지를 함께 꽂아 생명력을 기렸습니다.
④ **충북 청원군**: 시반(제사 밥)과 생밤, 팥시루떡을 풍성하게 올려 조상신에 대한 감사를 각별히 강조했습니다.
⑤ **강원도 명주군**: 험준한 산악과 들녘의 결실인 팥시루떡, 콩떡, 곶감, 건포 등 향토 농산물을 상다리가 부러지도록 푸짐하게 차렸습니다.
형식은 조금씩 달랐으나, 새롭게 시작하는 두 청춘의 앞날을 온 우주의 복으로 축복하고자 했던 선조들의 지극한 정성만큼은 한결같았습니다.
[서재 기록] 전국 5대 지방별(성균관, 화성, 서산, 청원, 명주) 초례상 차림 특색 비교 인포그래픽